'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 프로에서 휘게라는 말을 처음 알았다. 행복지수가 가장 높은 나라 덴마크 인들은 집안에서 휘게를 즐긴다고 한다. 휘게(Hygge)에 대해 알아보면 이 말은 편안함과 따뜻함, 안락함, 아늑함을 뜻하는 덴마크어, 노르웨이어 명사라고 한다. 가족, 친구, 홀로 보내는 소박하고 여유로운 시간이나 일상속에서 소소한 즐거움이나 여유로움을 즐기는 라이프스타일 이라는 의미로 쓰이기도 한다고 한다.
덴마크인들은 집안에서 휘게를 즐기는 것을 좋아한다고 했다. 그래서인지 휘게라는 단어를 들으면 집이 떠 오른다. 휘게라는 것이 꼭 집안에서만 가능한 것일까?? 오늘 사천 용두공원을 걸으며 생각했다.
자연은 나에게 휘게이다!
특히 만물이 소생하는 봄은 나에게 가장 휘게를 주는 계절이다. 자연이 있는 장소는 모두 나의 휘게 장소이다. 새 잎이 돋아나고, 어린 잎은 역광에 형광빛 연두색을 낼때 그 감동은 말로 표현하지 못할 정도이다. 심장이 절로 뛰기도 한다. 그 자연색, 풍경을 보고 있으면 나는 앉아있든, 서 있든, 걸어서 가든 그 시간만큼은 휘게이다.
여행, 사진을 좋아해서 자연을 좋아하게 된 것일까 아니면 원래 자연을 좋아해서 여행을 떠나게 된 것일까. 아마 전자보다 후자가 아닐까 생각이 든다. 여행, 사진이 좋았다면 도시를 많이 여행했을 것이고, 사람들이 북적이는 곳을 더 많이 찍었을 지도 모른다. 자연속에 오면 나는 그 감동에 카메라를 찾기 부터 한다. 쓰이지도 못할 사진이면서도 그냥 그 모습을 사진속에, 마음속에 남기고 싶어한다. 하지만 그 감동을 사진에 담을 정도의 실력이 되지 않는 것이 늘 아쉽기만 하다.
어제에 이어 오늘도 엄청난 강풍이 불었다. 내 애마 모닝까지 휘청거릴 정도였으니 얼마나 큰 강풍이었겠는가.. 그래서인지 오늘은 야외에 나온 사람들이 그리 많지 않았다. 일을 마치고 집으로 가려던 중 작은 임내숲에서 걷다갈까 생각하다 용두산공원으로 핸들을 돌렸다. 강풍에 기온까지 낮아 추위가 느껴진다. 산이라 기온은 더 낮다.
추위에 차에서 내리자마자 추워~를 난발했다. 몸이 웅크러질 정도였다. 집으로 다시 갈까 싶었지만 평소보다 적은 사람들의 모습에 마음껏 마스크 벗고 다닐 수 있을 거 같아 용두공원의 산책을 시작했다. 길을 걷다 만난 토끼 친구들..
용두공원에는 토끼, 다람쥐 등이 함께 살아간다. 용두공원에는 토끼의 먹이가 지천에 깔렸다. 먹이를 찾아 여기저기 돌아다니는 모습을 가까이에서 볼 수 있다. 토끼는 특히 아이들에게 좋은 볼거리가 된다. 동물원에서만 봐야하는 토끼를 이곳에서는 마음껏 볼 수 있다.
공원은 대체적으로 풀을 관리하기 위해 제초제를 많이 사용한다. 하지만 이곳은 토끼가 몇년동안 자라고 있는 것을 보면 제초제를 사용하지 않고 관리를 하고 있는 듯 하다. 동물이 살아간다는 것은 그만큼 자연생태가 잘 보존되어 있다는 것이겠지. 이런 자연생태공원이 많이 생겼으면 좋겠다.
풀을 많이도 먹었는지 토끼는 몸이 거대하다. 그에 비해 얼굴은 정말 작구나. 내 앞에서 코를 킁킁거리는 모습, 귀를 쫑긋 세우는 모습은 어른인 나에게도 볼거리를 제공해준다. 마치 동심으로 돌아간듯한 기분이 들기도 한다.
오늘은 용두공원에 사람들이 없는 탓에 토끼들이 도로를 마음껏 돌아다니고 있다. 사람이 많을때는 주로 나무덩쿨 속에서 움직이는 편인데 오늘은 날씨 덕분에 거리를 활보하고 다닌다. 사람들이 가까이 와도 흔한 일상이 되어 버린 토끼들~~
이 토끼들을 보는 것만으로도 나와 딸들은 여유로움을 느낀다. 이것이 휘게이겠지.
영산홍이 피는 4월 봄~ 새 잎이 나는 4월 봄~ 사람의 마음을 러블리하게 만드는 핑크색 영산홍과 사람의 마음을 편안하고 차분하게 만드는 나무는 그 풍경만으로도 나에게 휘게이다. 그 속에 토끼를 만난다면 휘게의 기분은 두배가 된다. 사천에 이런 공원이 있다는 것이 행복하다. 훼손되지 않고 자연과 동물, 사람이 함께 살아가는 곳~ 그래서 난 용두공원을 제일 좋아한다.
집콕하는 아이들에게 놀이터는 탈출구이다. 마음껏 뛰어놀 수 있고 친구들을 만날 수있는 곳! 하지만 오늘은 강풍에 놀이터에 나온 아이는 딱 한명이었다.
둘만 있는 놀이터였지만 아이들은 신이 났다. 오랜만에 탈출이었으니~ 하지만 추위에 용두공원 마무리는 일찍 끝이 났다.
늘 머무는 시간보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봄풍경이 주는 휘게는 두배, 세배인거 같다. 이 길을 걸으며 스트레스를 풀어본다.
원래 오늘은 카메라를 차에 두고 공원에 왔었다. 오늘은 그냥 실컷 걷기만 하자 생각했는데 튤립과 의자의 풍경이 너무 여유로워 보여 사진을 찍어야겠다는 욕심이 생겼다. 사천 용두공원은 여름, 겨울, 가을의 모습을 담은 사진이 있는데 봄 사진이 없는거 같아 욕심을 내어 카메라를 챙겨왔다. 별거 아닌 의자도 자연속에 있으면 의미있어 진다. 사진을 찍으면서도 여유로움이 느껴졌던 풍경이다. 저 의자에 누군가 앉아있었다면 느낌 좋은 사진이 되지 않았을까 아쉬움이 남는다.
자연속 휘게 덕분일까 오늘은 작은 야생화까지 예뻐 보인다. 제비꽃이 여러 곳에 피어 사진을 찍어본다. 보라색, 흰색 제비꽃이 보인다. 색이 왜 다르냐는 아이의 말에 품종이 다른가 보다 설명해 주었는데 주변을 돌아다니니 흰색 제비꽃이 점점 보라빛을 띠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용두공원에 있는 제비꽃은 보라색인가 보다.
제비꽃은 태어날때부터 보라색일거라는 생각은 나의 착각이었나 보다. 나이가 들면 사람도 변하듯 꽃도 변하는 구나. 곳곳에 피어 있는 야생화들이 아름다웠는데 너무 작아 나의 카메라에는 촛점이 잡히지 않는다. 작지만 너무 아름다웠던 야생화~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의 이름은 야생화~
추위로 용두공원의 산책은 짧게 끝이 났지만 잠깐 동안의 산책은 나에게 편안함을 주었다. 자연이 주는 휘게~ 나는 자연이 좋아 종종 자연인이 되고 싶은 상상을 하기도 한다.
도심에서 벗어나 가까운 곳에 자연생태공원이 있다는 것은 참 좋다. 문화생활을 즐길 수 있는 대도시보다 나는 자연을 즐길 수 있는 이런 소도시가 더 좋다. 나이가 들면 더해지겠지.
코로나19가 빨리 안정화 되어 마스크를 벗고 마음껏 공기마시며 산책하는 날이 빨리 오기를 기도해 본다.
마지막으로 오늘 본 토끼 영상을 올려본다. 귀여운 토끼야~ 다음에도 또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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