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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라도 여행

백운산 자연휴양림 황톳길에서 지친 몸과 마음을 내려놓다(일부 개장)

by 또치교주 2020. 5.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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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운산 자연휴양림 황톳길에서

지친 몸과 마음을 내려놓다

(일부 개장 안내)

 

광양여행을 시작하면서 제일 먼저 가보고 싶었던 백운산 자연휴양림~ 봄이 되면 첫번째로 가보고자 다짐했건만 코로나19로 출입이 금지되는 바람에 봄이 와도 가지 못했었다. 몸과 마음이 지칠땐 숲을 걷는 것이 나에게는 최고의 처방과 같은데 코로나 19가 심각할때는 어느 곳도 문을 열지 않았다. 

 

그러다 지금은 코로나19가 잠잠해지면서 일부 개장을 하는 휴양림이 생기고 있다. 광양 백운산 자연휴양림도 개장을 하지 않을까 싶어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니 4월 23일부터 일부개장한다고 공지가 올라와 있네. 반가운 마음에 개장 첫날 아이들을 데리고 힐링하러 다녀왔다.

 

백운산 자연휴양림에는 코로나19 격리시설로 지정되어 있단다. 그래서 휴양림 내 우측 빨간 지점, 종합숙박동과 잔디광장, 산림문화휴양관은 현재 출입이 불가능하고 그 외 좌측 숲길만 일부 개장하고 있다고 한다. 자연휴양림에 격리시설이 지정되어 있다는 것을 이날 처음 알았는데 그 이야기에 광양 사시는 분들은 격리되어도 휴양하는 기분으로 지낼 수 있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늘 맑은 공기를 마시고, 피톤치드 팍팍 마시면서 건강하게 지낼 수 있어 무사히 격리를 마치고 가셨을 듯..

 

백운산 자연휴양림 일부 개장에는 매표소에서 주차요금 3,000원(경차)를 지불하고, 열 체크와 명단을 작성한 후 지정된 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움직인다. 격리시설에 대한 이야기와 출입가능 숲길을 표시한 지도를 주니 설명을 잘 듣고 움직이면 된다.

 

주차장 내에는 나무 기둥에 그림을 그려놓은 의자들이 많더라. 나비 애벌레의 성장과정을 그려놓았는데 전체 개장이 되면 숲체험 등으로 활용이 된다고 한다. 

 

백운산 자연휴양림은 숲길이 많지만 우린 황톳길을 먼저 걸었다. 황톳길이 있다는 글에 맨발로 꼭 걷고 싶어서 선택했는데 결론은 솔잎때문에 그리 오래 걷지는 못했다. 황톳길 가는 길은 하늘색 도로를 따라 우측으로 가면 황톳길 입구가 있지만 우리는 주차장 앞 산책길을 따라 좌측으로 진입하여 황톳길로 들어갔다. 

 

처음 시작된 가파른 산책길~ 둘째는 에너지 만땅인지 제일 앞을 앞장서서 열심히 걷는다. 

 

산책길 가다보면 황톳길과 만나게 된다. 황톳길도 좌우로 나누어지는데 우린 먼저 맨발걷기길을 먼저 걸어보았다. 봄이라 그런지 연두빛 숲속을 걷는 기분이 정말 좋았다. 곳곳에 의자도 있어 집콕으로 저질체력이 된 몸을 쉬어가며 맑은 공기를 마시며 걷는다.

 

개장 첫날인데다가 평일이라 이날 황톳길에는 우리 모녀 뿐이었다. 그래서 마스크도 벗은채 피톤치드를 듬뿍 마시며 힐링하며 걸었다. 공기도 남다르다. 인도에서 코로나19로 공장이 가동을 중단하니 깨끗해진 공기로 몇십년간 보이지 않던 산의 꼭대기가 보였다는 기사를 보며 코로나19는 위험한 존재이지만, 어쩌면 지구를 살리는 고마운 존재이기도 하다. 코로나19 때문에 지구는 살아 숨쉬고 있다. 백운산 자연휴양림도 사람들이 찾지 않으면서 깨끗해진 공기로 가득차지 않을까.

 

처음에는 평범하던 황톳길이 어느새 길~~다란 소나무길이 이어진다. 곧게 뻗은 소나무가 어찌나 길고 긴지 마치 아바타 영화의 장면처럼 신기함이 느껴지더라. 

 

고개를 90도로 꺾어야 소나무의 끝을 볼 수있을 정도로 엄청나게 높이가 크다. 바람이 불어 소나무가 살랑살랑 흔들리니 고개를 든채 잠이 들것 같다. 이 숲속에 눈을 감고 서 있으면 복잡했던 머릿속이 맑아지는 기분이다. 자연에서 살고 싶다. 자연만 바라보며 살고 싶다. 혼자서 살고 싶다. 요즘 나의 간절한 생각이다.

봄이라 새로난 연두빛 잎은 먹으로만 그린 듯한 소나무의 깊은 농도는 한폭의 그림같은 풍경이다. 길도 예뻤고, 그림자도 예뻤고, 자연도 예뻐서 걸어가면서도 뒤돌아 보고 또 뒤돌아 보았다. 황톳길을 다 돌고서 집으로 갈때에도 한번 더 보고 사진도 찍고, 찍고를 반복~~ 자연스러운 이 풍경은 이제 볼 수 없겠지? 다음에 간다면 사람들로 가득찬 곳이 되겠지.

 

황톳길 중간길로 들어서 정자가 있는 길로 걸어가 본다. 중간에 눕기 편한 평상이 있는데 큰 아이는 그곳에 벌러덩~ 누워 있으니 기분이 너무 좋단다. 힘겹게 걸어왔으니 누워서 자연을 보는 기분이 아주 좋았겠지. 그리 많이 걸은것도 아닌데 첫째는 힘이 들어한다. 집콕으로 체력이 완전 바닥이다. 그래도 숲길이 좋은지 엄마보고 내내 너무 좋다고 다음에도 또 오자고 말한다. 스마트폰만 좋아하던 네가 그렇게 이야기 해 주니 엄마도 기쁜 시간이었다.

 

황톳길의 정자는 소나무길과 안 어울리는 느낌이다. 지붕이 있어서 일까? 숲길에서는 나무와 하늘이 있어야 제맛인데 정자는 그 맛을 막아버렸다. 그래서 우린 다시 지붕이 뚫린 평상으로 되돌아 갔다. 햇볕이 그리웠고 더 좋았다.

 

평상으로 가는 길 둘째는 나무를 주워 꼬부락 할머니가 되어 본다. 자연에 오면 모든 것이 둘째의 장난감이 된다. 

 

평상에 쉬면서 준비해온 김밥으로 늦은 점심을 해결했다. 하지만 첫째는 누워 자연을 만끽한다. 유튜브로 노래를 듣고 싶어 햇지만 오늘은 자연의 소리만 듣자!!

 

그리고 다시 황톳길 걷기~~ 진한 황토색은 보이지 않지만 흙길이라 맨발로 걸어본다. 엄마가 양말을 벗으니 둘째도 엄마와 함께 맨발걷기를 도전해 본다. 3살때부터 엄마와 함께 맨발걷기를 시작했던 둘째~ 그리고 종종 엄마와 맨발걷기를 한다. 맨발걷기를 시도할 수 있는 동지가 있다는 건 참 좋은 일이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사람이 찾지 않던 황톳길이라 그런지 솔잎들이 너무 많아 아프다. 맨발걷기를 많이 해본 사람들이라면 솔잎도 아무런 문제가 없었겠지만 나는 아프다. 그리하여 그리 오랫동안 맨발걷기는 못했다.

 

하지만 오랜만에 느껴보는 흙의 차가운 감촉은 기분이 참 좋다. 다음에 온다면 솔잎은 없어질까? 

 

길을 걷던 아이들은 역광으로 비치는 나무잎이 예쁘다며 위를 보라고 난리다. 위를 보고 걸어가면 또 예쁘다고 위를 쳐다보라고 한다. 몇번을 하다보니 귀찮기는 하지만 자연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 고맙기만 하다. 나중에 자라 자연을 즐기는 아이들이 되었으면 좋겠다.

 

가는 길에는 솔방울이 가득하다. 하나 둘씩 주워 눈사람을 만들어 보고 싶지만 우린 다시 가야할 길이 또 있다. 

 

황톳길 입구에는 맑은 약수터가 흐르고 있다. 마음까지 맑아지는 투명한 색감이 너무 좋다.

 

이곳을 떠나기 전 마지막으로 추억을 남겨본다. 걷기 좋았던, 기분 좋았던 백운산 자연휴양림 황톳길.. 두 딸과 함게 했던 기분 좋았던 시간이다.

 

백운산 자연휴양림에는 야영장, 숲길 등 둘러볼만한 곳이 참 많은 거 같다. 다음에 코로나19가 종식되고 나면 치유의 숲도 한번 체험해 보고 싶다.

 

아무도 찾지 않지만 튤립은 혼자 꽃을 피웠다. 보는 이 없이 떨어질거 같던 꽃잎은 그래도 우리의 눈에 담아 주었다. 

 

정원도 참 아름다웠다. 가을에는 어떤 모습일까? 궁금해진다. 

 

봄에 가본 백운산 자연휴양림~ 시간도 부족했고, 체력도 부족해서 황톳길만 걸었지만 다음에는 숲길을 모두 걸어보리라.. 지친 몸과 마음을 내려놓고 왔던 백운산 자연휴양림~~ 확실히 평일에 가야 제대로 힐링할 수 있는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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